생존율 꼴찌 '췌장암'… 빨리 발견하려면?

  •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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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말 그대로 '침묵의 살인자'다. 중앙암등록본부 통계(2021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에 발생하는 췌장암 환자는 8872명으로 전체 암 중에서 8위이지만 사망 원인으로는 5위로 꼽힌다. 2017-2021년 전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 72.1%인데,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5.9%로 매우 낮다. 췌장암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고, 악화돼도 다른 소화기계 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빨리 발견하려면 고위험군은 주의깊게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 주기적인 검진 받아야췌장암을 빨리 발견해,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단계라면 5년 생존율이 47.2%다. 다만, 주위 장기나 인접한 조직, 림프절 등을 침범한 국소 진행단계에 들어서면 생존율은 21.5%로 뚝 떨어진다.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로 전이됐다면 생존율이 겨우 2.6%밖에 되지 않는다. 고려대 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김완배 교수는 “췌장은 몸속 깊숙이 위치한 장기이므로 일반적인 검진으로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췌장암의 여러 증상을 숙지하고 아주 작은 변화라도 쉽게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초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췌장암 증상이 나타났을 때 더욱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췌장암의 위험인자로는 ▲흡연 ▲당뇨병 ▲만성췌장염 ▲가족력 ▲육류나 지방 성분이 많은 식사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흡연은 현재 알려진 췌장암 위험인자 중 가장 고위험인자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췌장암 발생률이 2~3배 높으며, 흡연이 원인으로 작용한 경우는 전체 췌장암 발생률에서 약 20%를 차지한다. 당뇨병도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인데, 만약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복통, 황달,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거나 갑자기 성인 당뇨병이 발생하면 췌장암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 자체가 췌장암 발생의 위험인자이기도 하지만 또한 역으로 췌장암이 발생하면 이차적으로 당뇨병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성췌장염도 주요 위험인자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서양보다 만성췌장염 환자가 적어 위험성이 강조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생활패턴 변화와 함께 환자 수가 늘면서 만성췌장염 검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 음주는 만성췌장염의 주요 원인으로, 과음 역시 결과적으로는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김완배 교수는 "가족력은 췌장암 발병 원인의 10%를 차지하고, 직계 가족 중 2명의 췌장암 환자가 발생한 경우 6.4배, 3명의 췌장암 환자가 발생한 경우 32배 췌장암의 발생 위험도가 높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직계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2명 이상일 경우 주기적인 검진을 받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복통, 이미 진행됐을 때 나타나췌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과 황달이다. 복통은 췌장암 환자의 약 70%, 황달은 약 50%에서 나타난다. 복통은 대개 복부의 중간 위인 심와부에서 나타나고 지속적으로 발생해 등으로 퍼지기도 한다. 췌장암은 위암과는 달리 식사나 위장관 운동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통이 있다는 사실은 췌장 주위로 이미 암이 침범해 있다는 신호라서 복통없이 병원을 찾아오는 췌장암 환자보다 예후가 안 좋은 편이다. 병원을 방문하기 1~3개월 전부터 미약하게 복통이 발생했다가 점점 심해져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지속적인 복통은 주의가 필요하다.

황달은 눈의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췌장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고 췌장에만 국한된 초기에도 황달 증상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복통 보다 췌장암의 조기 발견에 용이하다. 복통과 황달 이외에 식욕부진도 췌장암에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되는 증상 중 하나다. 췌장암 환자에게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식욕부진인데 복통이나 황달과 같은 뚜렷한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몇 개월 전부터 발생한다.

◇수술 치료가 기본, 적극적 치료가 생존율 높여진행시기에 따라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치료, 증상치료 등 치료법이 결정된다. 췌장암 치료는 수술적 치료가 기본이며, 현재까지 알려진 치료 방법 중 가장 확실하게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수술적 치료이다. 종양이 췌장 내에 국한돼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면 즉시 수술하고, 수술 후 보조적으로 항암치료를 한다. 암이 췌장의 머리 부분에 발생한 경우라면 췌장의 머리 부분과 함께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잘라내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을 실시하고, 몸통이나 끝 부분에 암이 발생했다면 췌장의 몸통 및 꼬리와 함께 비장이나 좌측 부신을 잘라내는 수술을 시행한다. 과거에는 원격전이단계 뿐만 아니라 국소 진행단계의 췌장암의 경우에도 수술을 포기하거나, 수술을 시행해도 암이 잔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해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진행함으로서 수술이 어려웠던 췌장암 환자도 수술을 통해 생존기간이 높아지고 재발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학제진료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치료가 어려운 3기 이상의 환자일수록 소화기내과는 물론 간담췌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 김완배 교수는 "췌장암이 전체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기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포기하고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에 비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율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