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홍당무’ 되는 사람… 지방간에 자칫하다 협심증까지?

  • 04-18
  • 2 회
  • 0 건

술을 마시면 유독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있다.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심한 사람은 지방간과 다양한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 음주 시 주의해야 한다.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은 몸속 알코올 분해효소가 부족하다. 알코올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물질로 바뀌게 된다. 우리 몸이 이를 분해하려면 알데하이드 분해효소가 필요한데, 효소가 부족하면 독성물질 배출을 위해 혈액순환이 촉진된다. 이때 모세혈관이 다른 곳보다 많이 분포된 얼굴이 유독 빨개진다. 특히 유전학적으로 한국·중국·일본인은 서양인보다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효소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람들은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알코올 대사 효소가 부족해 소량의 음주만으로도 체내 독성물질이 빨리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굴이 쉽게 빨개지는 사람은 지방간 등의 간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시내 교수 연구팀이 ‘알코올성 안면홍조’와 지방간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본 결과,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있는 음주자의 지방간 질환 위험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과 비교해 2.35배에 달했다.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없는 음주자의 경우, 지방간 질환에 걸릴 확률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1.9배로 나타났다.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심한 사람은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도 조심해야 한다. 혈중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증가할수록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일명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질환의 주범인 과다콜레스테롤을 제거한다. 선천적으로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능력이 부족하면 혈관이 수축해 발생하는 ‘변이형 협심증’ 등의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실제로 한양대 응급의학교실 강보승·신선희 교수의 연구팀이 2019∼2021년 전국 19세 이상 성인 2만2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에서 35세 이상 남성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술 한두 잔에 얼굴이 붉어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1.34배 높았다. 또한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담배까지 피우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2.6배에 달했다.
시간이 지나 빨개진 얼굴이 다시 창백해지면 사람들은 술이 깬 상태로 오해하고 음주를 이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알코올 민감도가 떨어져 몸의 반응이 둔해진 것으로, 사실은 우리 몸이 음주 상황에 적응해 버린 것이다. 안색이 돌아왔다는 건 충분히 과음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술을 더 마셔서는 안 된다. 꼭 마셔야 한다면 음주 중에는 물을 수시로 마셔 체내 알코올 농도를 낮춰 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