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3년 전 출시된 애플의 인기 스마트폰 ‘아이폰12’가 기준치를 넘는 전자파를 방출한다며 판매 중지 명령을 내렸다. 애플은 “테스트 방식이 문제”라고 억울해하면서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전자파 파동’은 사그라지지 않고 독일, 벨기에 등 다른 유럽 국가들로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애플의 첫 5세대 이동통신(5G)용 스마트폰인 아이폰12를 상대로 한 안전 점검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아이폰12를 포함해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휴대폰들은 모두 전자파 안전과 관련된 국제기준을 충족하고 적합성 평가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라면서도 “아이폰12 모델 4종을 확보해 기술 기준 충족 여부를 정밀히 검증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의 무선주파수 및 전자파를 감독하는 국가기관인 전파관리청(ANFR)은 지난 12일 아이폰12가 전자파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판매 중지 결정을 내렸다. 시중에 판매되는 휴대폰 141종에 대한 무작위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이 중 아이폰12에서 과도한 전자파가 방출됐다는 이유였다.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은 ‘전자파 인체 흡수율(SAR)’이라는 지표로 측정한다. 인체의 단위 질량(1kg)에 흡수되는 전자파 에너지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전자파를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ANFR은 휴대폰을 손에 쥐거나 주머니에 넣은 상황에서 아이폰12의 사지(팔·다리) 기준 SAR이 기준치인 4W(와트)/㎏를 초과한 5.74W/㎏였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다만 ANFR은 “아이폰12(기본 모델)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폰12 미니, 아이폰12 프로, 아이폰12 프로맥스 등 다른 버전은 유럽 시장의 요구 사항을 준수한다”고 덧붙였다.
ANFR이 “이른 시일 내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해당 기종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하자 애플은 프랑스 시장에서 아이폰12를 EU 기준에 맞게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하지만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도 애플에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판매 중지 사태가 유럽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도 다소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애플은 “(해당 사태는) 프랑스 당국이 사용한 특정한 전자파 테스트 방식 때문”이라며 “안전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디지털통신부 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폰 12의 전자파 수준이 EU 기준보다 약간 높지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보다는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 업체에 대한 규제를 죄고 있는 EU 국가들이 아이폰15 출시 시점에 맞춰 ‘표적조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유럽은 북미를 제외하고 애플에게 가장 큰 시장이다. 지난해 유럽 내 아이폰 총 판매량은 5000만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럽은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크기 때문에, 지금도 판매 중인 아이폰12의 전자파 논란이 확대될 경우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2020년 10월 출시된 아이폰12는 애플의 5G용 스마트폰이다. 국내에서도 출시 첫 달 60만대 이상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단종된 상태지만, 여전히 일부 매장에서는 미개봉 신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중고 거래 역시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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