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배기량에 따라 과세하는 승용차 자동차세를 차량 가격 등으로 기준을 변경하기 위한 개편 작업을 시작한다.
수입자동차는 가격에 비해 배기량이 적어 국산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부담이 낮기 때문에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는데 앞으로 자동차세 기준이 바뀔 경우 대체로 수입차 소유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국산차 소유자의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대통령실 권고에 행안부 개편안 마련하기로
행정안전부는 한국지방세연구원과 함께 오는 26일 자동차세 개편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전문가,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행안부는 개편안 마련 후 국내외 이해관계자와 산업계 의견수렴, 공청회를 거쳐 내년 하반기 지방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주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자동차세 부과 시 적용되는 배기량 기준을 개선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배기량 기준은 자동차에 대한 공정과세 실현,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해 차량가액 등 다른 기준으로 대체하거나 추가·보완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동차세 과세 기준 개편 필요성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만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공평 과세 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차세는 자동차 소유에 따른 재산세적 성격이 있으며 도로 손상, 교통 혼잡 등 사회적 비용 발생에 따른 원인자 부담 성격도 있는 조세로 세수는 특광역시세와 시군세로 귀속된다.
현재 비영업 승용차를 기준으로 자동차세는 배기량 1000cc 이하는 1cc당 80원, 1600cc 이하는 1cc당 140원, 1600cc를 초과하면 1cc당 200원을 부과한다. 3년 차부터는 연 5%씩 최대 50%까지 세액을 경감한다.
예를 들어 1998cc 쏘나타 2015년식은 2021년 세액은 29만9700원(1,998×200×75%)이다. 여기에 30%의 지방교육세가 붙는다.
영업용 승용차는 1600cc 이하는 1cc당 18원, 2500cc 이하는 19원, 2500cc를 초과하면 24원을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 배기량은 줄이되 출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자동차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의 발달로 기존 고배기량의 고가차량이 소배기량으로 바뀌게 됨에 따라 자동차세 과세기준 변경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배기량 기준이 기술 발전을 못 따라가고 친환경차 보급도 확산돼 환경이 많이 변화했다"고 자동차세 개편 필요성을 설명했다.
◇ 한미 FTA 연계 있어 미국과 협의해야
지난해 12월 기준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550만대로 자동차세 과세기준이 바뀌면 많은 자동차 소유자가 영향을 받게 된다.
김필헌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배기량에서 차량가액으로 과세표준이 바뀌게 될 경우 중소형 외산 자동차를 중심으로 세부담이 다소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국산차 소유주는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중산·서민층 세 부담 경감과 조세 형평성 실현 등을 이유로 자동차세 기준 변경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가격 기준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정책 추진 동력 문제로 개편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번 대통령실 권고로 동력이 확보됐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과세 기준 개선도 개편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 밖의 승용차'로 분리되는 전기차(비영업용)의 경우 자동차세는 환경적 측면과 함께 신산업 지원 차원에서 정액 10만원(30% 지방교육세 포함하면 13만 원)에 불과하다. 가격이 2000만 원정도인 아반떼 1.6(약 1600cc)의 자동차세는 연간 22만 원인데 1억 원이 넘는 테슬라 모델X의 자동차세는 10만 원이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전기차 비중이 늘어날수록 세수가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다.
누적 전기차 보급 대수는 올해 50만대를 넘었으며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 420만대를 달성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전기차 기준 개편에 친환경차 보급 정책을 충분히 고려할 계획이라면서 전기차 보급 추이에 따라 적용 시기를 유예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과세 기준으로는 차량가격 외에도 연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량이나 출력(전기차)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지방세연구원 김필헌 실장은 과세형평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가격기준과 국제추세와 친환경 정책에 부합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혼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행안부도 가격 기준을 원칙으로 하되, 가격 단일기준만 적용하기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내연기관 차량)이나 중량(전기차) 등 여러 요소를 더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세 개편이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조영진 행안부 지방세제국장은 "증세가 되면 안 되고 가급적 기존 세수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자동차세 세수는 4조8000억 원이며 이 중 비영업용 승용차가 4조600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개별 납세자의 세부담은 바뀌더라도 자동차세 세수 총액은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자동차세 기준 개편에는 변수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돼 있어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영진 국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면서 "FTA 문제로 안 된다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 미국이 동의할 수 있는 정도의 안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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