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서비스가 현대카드와의 협업으로 국내 출시된 지 6개월여 지났지만 제휴 계약을 맺을 국내 카드사가 추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한·KB국민·BC카드 등이 협업 의지를 밝혔지만 수수료 등 계약 조건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던 애플페이 서비스 제휴 논의는 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현대카드와 애플 간 독점 계약이 불가능해진 뒤 후속 주자로 나설 채비를 하던 카드사들이 협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달부터 협력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애플과의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들은 협력 논의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거래 업체에 ‘비밀 유지’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애플의 특성을 고려하면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애플과 카드사들 간 협상 기준이 될 애플과 현대카드의 계약 조건이다. 구체적 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지만, 업계는 현대카드가 건당 0.15%를 애플페이 수수료로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페이 서비스 업체들이 카드사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애플페이 사용처가 편의점 등 소액결제 시장 위주로 형성된 상황에서 페이 수수료까지 지급하면 카드사들이 되레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카드 계약에 준해 협상이 이뤄지면 국내 카드사들이 이득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개점 효과’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 직후인 지난 3~5월에는 매달 13만~19만명이 신규 유입되면서 현대카드가 회원 수 증가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8월에는 신규 증가분이 11만명에 그치며 업계 5위로 떨어졌다. 애플페이 초기 이용자들을 현대카드가 대부분 흡수하면서 후속 주자들이 누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EMV 컨택리스(비접촉 결제)’ 단말기 보급 문제도 걸림돌이다. 그동안 국내 결제 단말기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을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하려면 단말기를 새로 깔아야 하는데 가맹점주들이 직접 비용을 내야 해서 보급률이 높지 않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만원짜리 단말기를 새로 놓기는 쉽지 않다”며 “앞으로 애플페이 사용자들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만큼 카드사 추가 제휴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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